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을 둘러싼 민주당 내홍이 발발 사흘 만인 28일 일단 임시 봉합됐다. 임박한 6·1지방선거의 악영향을 우려해 박 위원장과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대외적으로 손을 잡았지만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더 큰 후폭풍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박 위원장이 ‘팬덤 정치 결별’ 등을 담은 5대 쇄신안을 담은 공동유세문을 윤 위원장이 거부했다고 밝히면서 당의 갈등은 더 심화됐다. 이에 민주당은 28일 심야 비대위원 간담회를 열고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28일 오후 10시경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가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원, 후보 여러분께 걱정 끼친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는 점에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며 “오늘로 그간의 여러 문제를 다 매듭지었다”고 밝혔다. 당초 박 위원장은 윤 위원장,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3자 대화를 요구했지만 비대위 간담회로 전환됐다.
간담회에서 민주당 비대위는 박 위원장이 제안한 5대 쇄신 과제를 이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더 젊은 민주당’을 위한 정치 교체 완성, 당내 성폭력 등 범죄 행위 무관용 원칙 등이다. 최근 박 위원장이 요구한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논란’ 징계 촉구, ‘86 용퇴론’과 맞닿아 있는 쇄신안이다. 다만 고 수석대변인은 “선거 후 이를 실천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와 구조를 만들어가기로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쇄신 의지를 존중하되 시점을 선거 이후로 미뤄 절충점을 찾은 것.
급한 불은 껐지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당 쇄신안이 선거 책임론과 결합되면서 당내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향후 2년간 당권을 가를 8월 전당대회까지 맞물리며 선거 과정에서 축적된 갈등 분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야당 재선 의원은 29일 “박 위원장이 지방선거 이후 혁신과 세대교체로 당 주도권을 쥐려는 정치적 야망을 드러냈다”며 “당장 선거가 급해 박 위원장을 달래고 가지만 선거 후엔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