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6000만 명의 웨이보 추종자를 보유한 중국의 인기 쇼핑호스트 리자치(李佳琦·29)가 3일 밤 아이스크림 홍보 방송 중 음식으로 탱크 모양을 만들다가 갑자기 당국에 의해 방송이 중단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33주년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탱크 모양이 당시의 유혈 진압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당국이 검열에 나선 것이다. 톈안먼 시위를 잘 몰랐던 중국 젊은이들이 오히려 당시 사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돼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는 당시 아이스크림을 네모 모양으로 쌓고 옆면에 둥근 쿠키를 바퀴처럼 붙인 후 초콜릿 스틱을 대포처럼 얹었다. 이 순간 방송이 돌연 중단됐다. 리는 웨이보를 통해 “기술적 문제로 방송이 중단됐다”고만 했다.
중국은 톈안먼 시위 언급 자체를 막으며 희생자 추모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의도와 달리 이번 방송 중단이 정보를 숨기거나 삭제하려다가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는 ‘스트라이샌드 효과’만 일으켰다고 미 CNN은 6일 분석했다. 미 유명 배우 겸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2003년 사진작가가 자신의 동의 없이 자택까지 촬영했다며 공개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정 공방으로 언론 관심이 급증해 스트라이샌드의 집은 관광 명소가 됐다.
홍콩 당국은 최근 시민들에게 지난달 말 프랑스 칸영화제에서도 깜짝 상영됐던 다큐멘터리 ‘우리 시대의 혁명’을 보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홍콩의 반(反)중국 민주화 운동으로 확산된 2019년 6월 9일의 대규모 시위를 다룬 작품이다. 시위 3주년을 앞두고 기념 움직임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동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이 다큐를 보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홍콩 언론들이 전했다.
김기용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