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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피란차량에 총탄… 남편 그자리서 숨져”

“러軍, 피란차량에 총탄… 남편 그자리서 숨져”

Posted June. 11, 2022 09:03,   

Updated June. 11, 20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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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군 장갑차가 우리를 향해 (총탄을) 마구 쐈어요. 내 남편이, 함께 피란 가던 친구의 여섯 살, 열 살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27km 떨어진 소도시 부차. 주민 갈리나 씨(56)는 자신이 겪은 ‘지옥’을 얘기하다 말문을 닫고 눈물을 흘렸다.

 올 2월 24일 침공한 러시아군이 키이우로 진격하면서 길목의 부차부터 짓밟혔다. 갈리나 씨는 포격으로 주변 주택들이 무너져 사람들이 죽고 다치자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기로 했다. 3월 4일 오전 7시 그와 친구 가족은 각자 차량을 타고 서쪽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500m도 못 가 러시아군 장갑차가 나타났다. 장갑차는 민간 차량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갑자기 총탄을 퍼부었다. 자동차 앞 유리를 뚫고 들어온 총알은 갈리나 씨 남편과 친구 차의 두 아이를 맞혔다. 친구 남편은 총에 맞은 다리를 잘라야 했다. 갈리나 씨도 크게 다쳤다. 그는 “세계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의 전쟁범죄를 단죄하도록 내 이야기를 꼭 기사화해 달라”며 “끔찍한 불행의 기억을 다시 꺼낸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2월 27일부터 33일간 점령된 부차는 러시아군 퇴각 후 암매장된 민간인 시신 300여 구가 발견되는 등 집단 학살 정황이 드러난 곳이다. 동아일보는 한국 언론 처음으로 부차를 찾아 학살의 상흔을 추적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