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맥도널드’의 러시아판 브랜드가 12일 문을 열었다. 이날은 러시아 연방 창립 기념일인 ‘러시아의 날’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수도 모스크바 푸시킨광장 매장에 맥도널드를 상징하는 노란 ‘M’자형 아치 대신 감자튀김과 햄버거를 형상화한 초록색 로고가 걸렸다. 러시아판 맥도널드의 이름은 ‘브쿠스노 이 토치카’(그저 맛있다는 뜻). 슬로건은 ‘이름은 바뀌어도 사랑은 그대로’다. 시베리아 출신 사업가 알렉산드르 고보르가 약 14억 달러(약 1조8000억 원)에 인수해 매장 15곳을 열었다고 로이터와 BBC가 보도했다.
이날 정오에 개장한 이 매장에는 그 몇 시간 전부터 줄이 늘어섰다. 햄버거를 맛본 아템 키리옌코 씨는 미 CNN에 “더블치즈버거 맛이 (맥도널드와) 거의 똑같다”며 “일주일에 한 번은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을 지지하는 표식 ‘Z’가 새겨진 모자를 쓴 세르게이 블라소프 씨(19)는 “정치와 음식은 관계없다. 맛있는 맥도널드를 즐기러 왔을 뿐”이라고 했다. 손녀와 함께 온 갈리나 씨(55)는 “맥도널드가 문을 열었을 때부터 즐겨 찾았다. 다시 살아나 기쁘다”면서도 “새 이름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빅맥이나 맥플러리 같은 일부 고유 메뉴를 제외한 버거는 구성이 똑같다. 맥도널드 직원과 장비도 그대로 인수했다. 개장 기념 기자회견장에서 ‘빅맥을 돌려 달라’는 팻말을 들고 있던 사람이 쫓겨나기도 했다.
올레크 파로예프 최고경영자(CEO)는 “목표는 질과 분위기 면에서 고객이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료의 98%는 러시아에서 공급 가능하다”면서 “코카콜라 재고가 부족해 탄산음료 공급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케첩을 비롯한 소스 포장의 맥도널드 로고가 검은색 마커로 덧칠돼 있어 급히 문을 연 흔적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1990년 1월 푸시킨광장에 처음 매장을 연 맥도널드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개방의 상징이었다. 개장 첫날 3만 명이 찾으면서 맥도널드 역대 최다 주문 기록을 세웠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