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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작곡가들, K팝 만드는 법 알려달라고 난리예요”

“북유럽 작곡가들, K팝 만드는 법 알려달라고 난리예요”

Posted June. 14, 2022 09:26,   

Updated June. 14, 20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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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필, 방탄소년단 정국, 트와이스, 레드벨벳, 엑소, 몬스타엑스…. 수많은 케이팝 가수의 노래가 멀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흘러왔다. 바로 그곳의 작곡가 듀오 루이스 프리크 스벤(28)과 마리아 마르쿠스(42)에게서 말이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스벤과 마르쿠스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주한 스웨덴대사관 초청으로 방한한 이들은 7일 서초구 가빛섬에서 열린 스웨덴 국경일 행사에서 직접 작곡한 한국 노래와 아바(ABBA)의 ‘Thank You For The Music’ 등 스웨덴 노래까지 모두 4곡을 부르며 축하 무대를 꾸몄다.

 “늘 작은 스튜디오에서 다른 사람의 노래를 만드는 데 골몰했는데 무대에 직접 서서 노래하니 떨렸습니다.”(스벤)

 마르쿠스는 기자가 2017년 스웨덴 왕실 초청으로 현지 음악 산업 취재를 할 때 만나 구면이다. 당시 조용필의 ‘Hello’, 레드벨벳의 세월호 추모 발라드 ‘7월 7일’을 만들어 화제가 된 인물.

 “5년 전만 해도 케이팝 작곡을 한다고 하면 시큰둥해하던 스칸디나비아의 작곡가 동료들이 요즘은 ‘나도 케이팝 일 하는 법 좀 알려줘’ 하고 아우성이죠. 핀란드, 덴마크, 영국 등지에 케이팝 제작 특강을 다니느라 바쁩니다. 경쟁자도 그만큼 폭증해 만만치 않아졌죠.”(마르쿠스)

 그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필두로 케이팝이 글로벌 붐을 일으키며 스칸디나비아에도 한국 음악과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소속된 작곡가 회사 코스모스 뮤직에 인턴사원으로 들어왔던 열네 살 아래의 스벤은 급성장해 근년에 마르쿠스와 환상의 작곡 듀오가 됐다. 버스(verse·절) 멜로디와 랩, 전반적인 편곡에 강점을 지닌 마르쿠스와 가창력이 뛰어나며 주(主) 멜로디를 잘 쓰는 스벤은 말 그대로 케이팝계의 ‘아바’로 거듭났다. 둘은 방탄소년단 정국의 ‘Stay Alive’(올 2월 발매)를 최고의 합작 성과로 꼽았다.

 “방탄소년단의 곡에 참여하기 위한 작사·작곡가들의 경쟁은 말 그대로 피를 튀깁니다. 세계 케이팝 작곡가들의 ‘오징어게임’인 셈이죠. 우리가 해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마르쿠스)

 스벤은 “슈가의 프로듀싱, 정국의 가창 모두 완벽했다. 케이팝은 늘 우리가 던진 초안을 완벽한 시청각 결과물로 완성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아바와 아비치를 배출한 스웨덴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음악 저작권 수출 강대국이다. 미국의 백스트리트 보이스와 엔싱크를 제작한 데니스 팝, 레이디 가가와 더 위켄드 등 수많은 가수의 곡을 만든 맥스 마틴이 모두 스웨덴인 프로듀서다.

 “스웨덴은 초등학교부터 음악 교육 커리큘럼이 매우 세밀하고 철저합니다.”(스벤)

 “음악을 듣거나 만들 때 늘 멜로디를 최우선시하는 전통도 있죠.”(마르쿠스)

 스벤은 요즘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케이팝 작곡을 시작한 뒤 한국 문화에 푹 빠져서다. 한국에 영구 이주하는 꿈까지 가졌다. 그는 “‘기생충’ ‘오징어게임’을 보면 플롯의 강력한 반전이 있고 캐릭터와 표현이 생생하다. 케이팝 시스템은 정교한 스케줄과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한국인의 친절함, 일하는 태도에 반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의 약진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봅니다. 스웨덴의 작은 도시 출신인 우리 두 사람이 이 큰 물결에 일조했다는 면에서 형언하기 힘든 보람을 느낍니다.”(마르쿠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