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15일 아슈라프 가니 당시 아프간 대통령이 전용 헬기에 돈 가방을 싣고 도망칠 때 그의 옆에는 국가안보보좌관이던 함둘라 모히브(39·사진)가 타고 있었다.
이후 10개월 동안 수많은 아프간 국민들이 피란을 떠났고 고국에 남은 이들은 탈레반의 폭정에 고통받고 있지만 모히브는 미국 플로리다의 한 고급 주택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다. 방이 4칸인 그의 집 정원에는 야자수가 멋들어지게 늘어서 있다. 32세 때 미국 주재 아프간 대사를 지냈던 모히브는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왔고 부인 역시 미국인이다. 그는 카불 함락 직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5성급 호텔 샹그릴라에 가족들을 대피시켰고, 이후 함께 미국으로 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프간을 탈출한 일부 정치인과 고위 인사들이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가니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아프간 재무장관이었던 에클리 하키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부동산 10여 채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사는 캘리포니아 자택에는 침실 5개와 수영장이 딸려 있다. 아프간 부통령이었던 압둘 라시드 도스툼은 터키 수도 앙카라의 한 고급 저택에 산다. 경제장관이었던 무스타파 무스투르는 두바이의 고급 콘도에 산다.
또 다른 재무장관 출신인 할리드 파옌다(41)는 워싱턴 인근에 2개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옌다는 얼마 전 100만 달러(약 12억8000만 원)가 넘는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전액 현금으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우버 운전사로 일한다는 사연이 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재력가였던 것이다.
모히브는 최근 UAE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많은 소문이 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이 불편하다”며 “내 명의로 된 재산은 없다. 모두 아내나 가족들 소유”라고 말했다. WSJ는 “해외의 수많은 아프간 피란민들이 생활고와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전직 고위층들의 삶은 매우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택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