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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땐 입도 뻥끗 않더니… ‘예결위 상설화’ 들고 나온 野

여당 땐 입도 뻥끗 않더니… ‘예결위 상설화’ 들고 나온 野

Posted June. 18, 2022 09:07,   

Updated June. 18, 202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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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의원 32명이 그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일반 상임위로 전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맹성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보면 예결위를 상설화하고 위원들은 다른 상임위를 겸임하지 못하게 했다. 또 기획재정부로 하여금 재정 총량과 지출 한도를 보고하게 하고, 예결위 심사 결과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하도록 했다. 사실상 정부의 예산 편성 단계부터 국회가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예결위에 각각의 상임위가 요청한 증액·감액을 최종 심사하고 조정하는 권한도 부여했다.

 맹 의원은 “국회가 예산 심사에서 들러리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실질적으로 심사할 기능을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국정감사 등으로 11월 한 달 동안 예결특위가 가동돼 심의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해마다 졸속 심사, 밀실 심사 비판이 제기돼 왔다. 600조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 심사를 더 꼼꼼히 하자는 취지 자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민주당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다. 야당 시절엔 예결위 상설화를 외치더니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입도 뻥끗하지 않고 뭉갰다. “곳간에 곡식을 왜 쌓아두느냐”며 나라 살림을 거덜 냈다. 그래놓고 다시 야당이 되자 예결위 상설화 카드를 또 꺼내들었다.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의 핵심 정책 추진을 예산을 볼모로 쥐락펴락하겠다는 노림수가 아니고 뭔가.

 정부 예산을 꼼꼼히 심사하는 것은 국회의 책무다. 다만 예산 편성까지 관여하는 것은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예산안 심의·의결권은 국회, 예산안 편성·제출 권한은 정부에 있다. 국회의 그간 행태를 볼 때 나라 살림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예결위 권한이 막강해져 또 다른 ‘상원(上院) 상임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회 운영의 틀을 크게 바꾸는 것이다. 기재부가 세입 과소 추계 등 빌미를 준 측면이 있긴 하지만 예결위 상설화 및 권한 확대는 심도 깊은 논의와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더니 ‘정부 시행령 통제법’에 이어 ‘예산 견제법’까지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행정부를 거야(巨野)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도다. 법사위원장 문제로 국회가 개점휴업인 상황에서 예결위 상설화 운운할 계제도 아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