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52번째 생일이었다. 필 미켈슨(52·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 첫 날 전체 156명 중 공동 144위를 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 더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1개, 보기 5개, 더블보기 2개로 중간합계 7오버파 78타를 기록했다.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LIV)＇ 개막전에 출전한 미컬슨은 PGA에게 투어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기존 자격 보유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하면서 대회에 참가했다.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이후 5개월 만에 투어 대회에 나선 미컬슨은 이날 1번홀(파4)부터 보기를 했다. 특히 6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에서 약 3.7m 거리에 붙여놓고 4차례나 퍼팅을 하며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4대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의 대업을 달성하는 미컬슨으로선 우승은 고사하고 컷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상위 60위까지 컷을 통과한다. 미컬슨은 “경기를 정말 즐겼다”면서도 “지난주(LIV 개막전)와 마찬가지로 초반 몇 홀에서 퍼터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LIV 옹호 발언으로 팬들의 야유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컬슨은 이날 갤러리들을 몰고 다니며 경기를 펼쳤다. 9번 홀(파4)에서는 일부 팬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물론 “당신은 2억 달러(미컬슨이 LIV에게 계약금으로 받았다고 알려진 금액)가 있어 괜찮다”며 조롱 섞인 반응을 한 팬도 있었다.
한편 PGA투어 잔류파의 대표주자인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는 버디 4개, 보기 1개로 중간합계 3언더파 67타를 하며 MJ 다퓨(33·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공동 2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대회 우승자인 매킬로이는 자신의 US오픈 두 번째 우승이자, 지난주 RBC 캐나디언 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미컬슨 외 LIV 소속 선수들도 줄줄이 고전했다. 개막전 참가자 13명에 2차 대회 참가 의사를 밝힌 2명까지 총 15명 중 공동 7위 더스틴 존슨(2언더파)과 공동 14위 제임스 피오트(1언더파·공동 14위)만이 언더파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이경훈(31)이 1오버파 공동 42위로 가장 타수가 적었다. 이날 오후 들어 강한 바람이 불면서 156명 중 25명만 언더파를 기록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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