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는 일본에서 정부가 사상 첫 전력 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 정부는 노후한 화력발전소 가동을 재개하고 기업과 가정에 절전을 당부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여름철 전력 대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27일 도쿄전력 관할 지역인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이날 오후 3∼6시 절전을 요청하는 전력 수급 주의보를 내렸다. 올 3월 꽃샘추위로 난방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전력 부족 위기를 겪자 경산성은 전력 공급 예비율이 5%를 밑돌 것으로 판단되면 전력 수급 주의보를 발령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날 전력 수급 주의보 발령은 제도 신설 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무더위가 워낙 심해 에어컨 가동 자제 같은 권고는 하지 않았다. 이날 도치기현 사노시 낮 최고기온이 섭씨 39.8도까지 오른 것을 비롯해 도쿄 35.7도 등 찜통더위에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열사병에 주의하고 에어컨 같은 냉방시설은 계속 가동하되 다리미 전기주전자 등의 사용은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나자 원전 가동을 크게 줄인 뒤 고질적인 전력 수급난이 계속되고 있다. 안전하다고 판단된 원전은 재가동하고 있지만 일본 전체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도쿄 인근 지바현,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을 비롯해 대도시권의 40년 이상 된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등 고육지책을 동원했지만 근본적인 전력 수급 해결책은 되지 않고 있다.
도쿄=이상훈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