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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간이 지닌 힘

Posted July. 11, 2022 08:57,   

Updated July. 11, 20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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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나는 집 이외에도 각자의 기예를 지닌 사람이기에, 집의 기예를 추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두 가지 어려운 일을 동시에 좇기란 대체로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파트너 중 한쪽이 집을 좇는 것으로 충분하다. 보통 이 사람은 여자다. 다른 한 사람은─보통 남자로─집이 꾸려지고 살림이 챙겨지는 모습을─단 그이 손에 의해서는 아니다─흐뭇이 바라볼 수 있다. 이게 집일이다.”

―조애나 월시 ‘호텔’ 중

 작가는 결혼에 실패하며 호텔을 전전한다. 이것은 또 다른 시작이다. 그녀는 낯선 호텔에 대한 감상으로 이 시작을 풀어낸다. 호텔은 상징적인 곳이다. ‘어머니’나 ‘아내’라는 명목으로 짐을 질 필요가 없는 곳이다. 그러므로 호텔은 ‘우리 집’이 절대로 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처럼 나도 호텔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호텔은 편안했고, 우리 집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상한 안락감을 주기도 했다. 보통 단기 투숙이 기본이었지만 장기 투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호텔은 여성에게 남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육아를 비롯해 온 집을 쓸고 닦으며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박수는커녕 당연시 여겨졌던 가사노동들. 작가는 ‘호스트’에서 ‘손님’이 되었던 경험을 호텔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여성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다사다난한 경험과, 실패로 수렴될 수밖에 없었던 일들. 그래. 내밀한 고백은 오히려 낯선 곳에서 솔직해지는 법이다. 내 나이 서른다섯. 친구보다 가끔은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안정감을 느낀다. 조애나 월시가 호텔에 가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처럼. 내가 지구 반대편에서 처음 만난 여행객에게 가장 내밀한 고백을 늘어놓은 것처럼. 장소가 주는 힘은 이토록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