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타이틀보다 행복과 건강이 더 중요하다.”
라파엘 나달(36·스페인·세계랭킹 4위)은 2022 윔블던 테니스 대회 준결승 기권 선언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달은 8일 대회 경기 장소인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온종일 생각했는데 계속 대회에 참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렇게 말하게 돼 매우 슬프다”고 밝혔다.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이 대회 우승에 도전하던 나달은 8강에서 테일러 프리츠(25·미국·13위)와 대결하던 도중 복부에 통증을 느꼈고 결국 경기 도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써야 했다. 이후 4시간 21분 혈투 끝에 3-2(3-6, 7-5, 3-6, 7-5, 7-6) 역전승을 거뒀지만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하기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달은 “한 경기 때문에 복귀에 두세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선택을 내리기에는 이제 내 나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역대 최다(22회) 우승자인 나달이 메이저 대회 경기를 앞두고 기권을 선언한 건 2016년 프랑스 오픈 3회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 우승자인 나달이 기권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도 한 선수가 4대 메이저 대회에서 전부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볼 수 없게 됐다.
나달의 기권 선언에 따라 준결승 상대였던 닉 키리오스(27·호주·40위)는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르게 됐다. 메이저 대회 4강 진출도 처음인 키리오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두가 나달이 건강을 되찾고 다시 코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