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의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비(非)영어권 드라마가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건 최초다. 이정재 등 오징어게임의 출연 배우 4명도 한국 배우로는 사상 최초로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12일(현지 시간)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아카데미(ATAS)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14개 부문에 후보를 배출했다. 외국어 드라마로는 최다 부문 후보 지명 기록을 썼다. 작품상은 그동안 영어로 제작된 드라마에만 수상 자격이 주어졌는데, 오징어게임이 처음으로 장벽을 깼다. 오징어게임은 ‘석세션’ ‘기묘한 이야기’ ‘베터 콜 사울’ ‘유포리아’ ‘오자크’ ‘세브란스: 단절’ ‘옐로우재킷’ 등 7개 작품과 작품상 수상을 놓고 경쟁한다.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는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이정재는 13일 소속사를 통해 “훌륭한 배우 분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게 돼 너무나도 영광”이라며 “계속해서 오징어게임에 많은 사랑을 주시는 전 세계의 팬분들, 그리고 함께 땀 흘렸던 오징어게임 팀과 이 기쁨을 함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상우’ 역을 맡은 박해수와 ‘오일남’을 연기한 오영수는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에 동시에 올라 수상을 놓고 서로 경쟁하게 됐다. ‘강새벽’을 연기한 정호연 또한 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고, ‘지영’ 역의 이유미도 여우단역상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사진) 역시 한국인 최초로 드라마 부문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황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후보 지명을 계기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전 세계가 서로의 콘텐츠를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더욱 활짝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의 수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전망도 나왔다. AP통신은 “HBO 드라마 석세션이 올해 에미상 레이스에서 최다 후보작으로 선정됐으나 오징어게임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고 평했다. 넷플릭스 최대 흥행작에 오른 오징어게임은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SAG), 크리틱스초이스 등에서 잇따라 상을 휩쓴 바 있다.
한편 제74회 에미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시상식은 9월 12일 개최되며 NBC 방송을 통해 중계된다
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