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big step)’을 단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2.2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4년 8월(2.25%)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내린 결정”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리 인상 결정은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한은이 금리를 0.5%포인트 이상 내리는 ‘빅 컷’을 결정한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빅 스텝을 밟은 건 1999년 콜금리(기준금리의 전신) 목표제 도입 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한은은 4월과 5월에도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는데, 이날까지 세 번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사상 초유의 결정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물가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넘는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으로도 금리를 추가 인상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전망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금리를 당분간 25bp(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올해 3차례(8, 10, 11월) 더 남아 있다. 향후 매번 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진다면 올해 말에는 기준금리가 3%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의 빅 스텝으로 물가 상황은 안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반대급부로 가계 및 기업들의 이자부담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국내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이 지고 있는 부채는 4500조 원을 넘어 국가 경제 규모의 2.2배에 달한다. 앞으로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줄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침체 가능성도 우려되지만 만일 한은의 급격한 긴축에도 물가 상승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자칫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