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봉(Judge's wand)’이 이렇게 뜨거운 적이 없었다. 뉴욕 양키스의 에런 저지(30)가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두 번째로 적은 경기 수에 개인 200호 홈런 고지를 정복한 타자가 됐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캔자스시티와의 안방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저지는 팀이 2-0으로 앞선 2회말 2사 1루에 상대 선발 조너선 히즐리(25)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저지는 이 시즌 42호 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AL) 홈런 2위 요르단 알바레스(30홈런)에게는 12개, MLB 전체 2위 카일 슈워버(32홈런)에게는 10개 차로 앞서며 홈런 레이스 선두를 질주했다.
이 홈런은 저지가 MLB 데뷔 후 671번째 경기에서 터뜨린 통산 200호 홈런이기도 했다. MLB 역사상 통산 200호 홈런을 치는 데 저지보다 출전 경기 수가 적었던 건 라이언 하워드(43·필라델피아) 한 명뿐이었다. MLB 역대 최소 경기(325경기) 100홈런 주인공이기도 한 하워드는 658번째 경기에서 개인 200호 홈런을 때렸다.
저지는 이 홈런으로 8월이 되기 전 가장 홈런을 많이 친 AL 타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양키스는 현지 시간으로 7월에 아직 한 경기를 남겨 두고 있어 기록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전 AL 최다 기록은 1928년 양키스 선배 조지 허먼 ‘베이브’ 루스(1895∼1948)가 세운 41홈런이었다. 내셔널리그(NL)까지 범위를 넓혀 봐도 7월까지 저지보다 홈런이 많았던 건 각 45홈런을 친 2001년 배리 본즈(58·샌프란시스코)와 1998년 마크 맥과이어(59·세인트루이스) 등 두 명뿐이다.
2017년 52홈런이 개인 최다 기록인 저지는 이번 시즌 경기당 0.4개꼴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저지는 67홈런으로 개인 최다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MLB에서는 ‘스테로이드 전성시대’였던 2001년 본즈가 73홈런, 새미 소사(54·시카고 컵스)가 64홈런을 날린 뒤 21년째 시즌 60홈런 타자 명맥이 끊긴 상태다.
저지는 이날 경기 후 “(시즌 60호 홈런 달성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난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자중하며 팀 승리를 도울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8-2 승리를 거둔 양키스는 69승 33패로 MLB 전체 승률 1위(0.676) 자리를 지켰다.
강동웅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