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현지 시간) 이집트의 기자 대피라드미드 상공에서 화려한 에어쇼를 펼쳤다. 4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피라미드 인근은 비행허가가 까다로워 외국군이 에어쇼를 한 것은 처음이다. 블랙이글스의 아프리카 지역 첫 비행이기도 하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B 8대로 이뤄진 블랙이글스는 카이로 인근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했다. 한국 공군과 국산 경공격기 FA-50(T-50B 개량) 도입을 검토 중인 이집트 정부, FA-50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동 기획한 이 행사에는 이집트 공군사령관 등 군·정 고위관계자와 이집트군 참전용사 가족, 홍진욱 주이집트 대사, 현지 교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블랙이글스는 30여 분간 태극 문양과 고공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폭포수 모양을 연상케 하는 레인폴 기동 등 24개의 고난도 곡예비행을 선보였다. 블랙이글스가 굉음과 함께 하얀색과 푸른색, 붉은색 연막을 내뿜으며 창공을 수놓자 관객들은 “코리아, 블랙이글스 원더풀”을 외치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블랙이글스는 중국산 항공기로 구성된 이집트 공군 특수비행팀인 ‘실버스타스’와 기념 비행도 펼쳤다.
이집트 소년 멜리크 군은 “실버스타스도 멋지지만 블랙이글스는 최고”라며 “평소 한국 노래를 좋아했는데 오늘부터 한국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교민 김상우 씨는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는 우리 공군을 볼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초 한국과 K-9 자주포 200여 문(2조 원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이집트는 2023년 기종 선정을 목표로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다. 노후 항공기 교체도 추진 중이어서 최근 초도비행에 성공한 한국산 전투기 보라매(KF-21)의 잠재 수출 대상국으로도 꼽힌다. 우리 정부와 KAI는 이집트와 FA-50 수출과 현지 생산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 이봉근 KAI 수출혁신센터장은 “이집트와 협력해 FA-50의 아프리카 버전을 개발하고,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의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