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미는 것과 당기는 것이 다르다. 당기는 소리는 슥삭슥삭에서 ‘삭’을 담당한다. ‘스와아악’이 더 정확한 묘사이겠지만.” 톱질의 소리를 묘사한 내용의 일부다.
평소 가까운 물건의 생애와 쓸모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저자는 반려공구라는 새로운 단어를 던졌다. 반려동물처럼 삶의 동반자가 되는 공구라는 의미다. ‘반려물건’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가 이전 그의 저작이다.
손수 만들기에 관심이 높아진 시대다. 새로운 공구를 장만하고 자기 눈에 만만해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나서지만 대부분 실패를 경험한다. 작품은커녕 그럭저럭 쓸 만한 것도 아닌, 조잡한 ‘괴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망치, 펜치, 드라이버, 톱, 전동드릴 등 21가지 공구를 소개한다. 익숙한 공구부터 드릴비트와 앵커, 태커, 샌딩기처럼 다소 낯선 것까지 다양하다. 구체적 사용설명서를 소개하는 건 아니고, 공구에 얽힌 사연과 삶에 대한 성찰을 풀어냈다.
여러 공구를 사용하면서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경험과 여러 비유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인생은 톱질과도 닮았다. 많은 것들을 주저하며 살아온 내 지난 삶의 궤적은 아마도 삐뚤빼뚤할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도 망설이지 않고 공구를 집어 들면,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타인에게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김갑식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