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집권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0일 개각 및 집권 자민당 간부 인사를 실시할 의향을 굳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그가 이번 개각에서 각료 절반 이상을 교체할 것이며 지난달 8일 피격으로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 또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 방위상은 어릴 적 외가에 양자로 입적돼 형과 성이 다르다.
당초 일본 정계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개각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사망 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과 자민당 내 아베파 의원의 연결고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자 빠른 개각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말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1.0%로 지난달 참의원 선거 직후인 20여 일 전 조사보다 12.2%포인트 하락했다. 51%는 기시다 총리의 집권 후 최저치다.
수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구심력이 약해진 아베파 의원이 얼마나 중용될지도 관심사다. 아베파 소속인 기시 방위상은 선거 때 가정연합의 지원을 받았다고 최근 인정했다. 역시 아베파인 스에마쓰 신스케 문부과학상도 가정연합 측이 과거 정치자금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도 가정연합 측이 아베 전 총리의 뜻에 따라 10만여 표의 조직표를 그의 비서 출신인 이노우에 요시유키 의원에게 몰아준 정황이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아베 전 총리와 가정연합의 관계가 그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가 현직 총리였던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아베파 의원 중 가정연합과의 관계가 거론되는 의원이 많아 이번 개각에서는 널리 쓰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시다 총리가 개각을 자신의 집권에 큰 기여를 했던 아베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27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리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國葬) 참석자 수를 약 6000명 규모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7년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 규모와 엇비슷하다.
도쿄=이상훈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