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격이 밝고 활발하며 친화력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잘해 왔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보통의 10대 소녀의 자기소개 같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예 이예원(19)이 KLPGA 홈페이지에 남긴 자기소개다. 친화력을 강점으로 꼽고 있지만 뛰어난 골프 실력으로 올 시즌 신인상 후보 1순위다. 올 시즌 각오를 묻는 질문에 “신인상을 ‘꼭’ 타겠다”고 답했다.
최근 경기 안성 신안CC 신안골프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이예원은 “KLPGA투어는 매 시즌 신인상 경쟁이 치열하다. 시즌 시작 전부터 신인상을 목표로 했다”며 “기복 없는 경기력이 중요해 매 대회 예선(1, 2라운드) 통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신인상 가능성은 높다. 신인상 포인트 1689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예원은 3위 마다솜(23·1323점)보다 350점 이상 앞서 있다. 2위는 사실상 올 시즌 투어 출전이 불투명한 윤이나(19·1412점)다.
신인상 포인트 외에도 각종 성적과 지수에서 투어 선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예원이 올 시즌 16개 대회 중 컷 탈락한 대회는 7월 대보 하우스디 오픈이 유일하다. 톱10 진입은 8차례로 톱10 피니시율 6위(50%)다. 기복 없는 경기력에 성적도 꾸준하다. 7일 끝난 후반기 첫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도 이예원은 공동 5위로 신인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상 포인트 5위(311점), 시즌 상금 7위(3억9548만 원), 평균 타수 9위(70.5686), 페어웨이 6위(80.4580), 종합능력지수 8위(225) 등 각종 지수에서도 상위권이다. 신인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기량이 안정적이다.
투어 첫 시즌에서 꾸준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비결은 체력이다. 이예원은 “체력이 저하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윙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1부 투어에 올라올 때부터 주변에서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틈틈이 근력운동을 해 체력을 키운다”고 말했다. 닮고 싶은 롤 모델도 꾸준한 플레이를 자랑하는 박인비(34)다. 이예원은 “멘털도 좋고 꾸준한 플레이를 지금도 이어가는 박인비 프로님의 모습을 닮고 싶다”며 “세계랭킹 1위 달성도 좋지만 후배들이 나중에 나를 볼 때 박인비 프로님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우승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2부 투어에서 1차례 우승했던 이예원은 1부 투어에서도 우승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은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준우승이다. 9월 15일부터 열리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이예원은 “내 메인 스폰서 대회라 아마추어 때부터 초청선수로 출전을 했는데 출전할 때마다 성적이 좋아졌다”며 “특히 지난해 2라운드까지 잘하다가 3라운드 때 선두 조를 처음 경험하며 긴장을 많이 해 무너졌던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첫 출전이었던 2018년 52위였던 이예원은 2020년 27위, 지난해 14위로 매해 순위를 끌어올렸다.
다승에 대한 욕심도 물론 있다. 이예원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겠지만 일단은 빨리 1승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김정훈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