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연방수사국(FBI)의 자택 압수수색 등 자신을 향한 사법부의 압박을 두고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위협적으로 경고했다. 검찰 조사 및 형사 기소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사실상 협박 메시지를 발신하며 지지층 규합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보수 매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수사 및 의회 조사가 “수년간 이어진 사기와 마녀사냥”이라며 FBI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사람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매우 화가 나 있다”며 지지층이 사법당국에 보복하도록 선동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지난해 1월 6일 자신의 지지자들이 대선 불복을 선언하며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초유의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그는 8일 FBI가 그의 자택인 남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전격 압수수색한 후 이날 언론과 첫 인터뷰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지지자들은 이미 사법당국을 위협하고 있다. 앞서 11일 한 40대 지지자가 북동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FBI 지부 건물에 반자동 소총을 들고 침입하려다 도주 끝에 사살됐다. 14일에도 한 남성이 워싱턴 의회 인근의 바리케이드로 돌진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지지층이 활동하는 온라인 포럼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승인한 연방 판사, 수색에 나선 FBI 요원들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들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FBI가 마러라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기밀문서를 두고 자신에게 간첩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하고 있는 데 대해 “퇴임 전 비밀을 해제했으므로 더 이상 기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지만 미군의 시리아 철군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인 후 갈라선 존 볼턴 전 보좌관은 “한 번도 그런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며 기밀 해제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중 같은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하원의원(와이오밍),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의 거취도 관심이다. 두 사람은 모두 11월 중간선거를 약 3개월 앞둔 16일 당내 예비 경선을 치른다. 트럼프 지지층이 ‘배신자’라 주장하는 두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면 사법당국의 압박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재출마 행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