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1위’ 닉 키리오스(27·호주)가 ‘세계랭킹 1위’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를 무너뜨렸다.
랭킹 25위 키리오스는 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16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메드베데프를 3-1(7-6, 3-6, 6-3, 6-2)로 꺾었다. 키리오스는 이날 승리로 상대 전적에서도 메드베데프에 4승 1패로 앞서 가게 됐다.
키리오스는 상대 선수나 심판은 물론 관중에게도 욕설을 하거나 침을 뱉는 등 거리낌 없이 자기감정을 표출해 ‘코트의 악동’으로 통하는 선수다. 직전 메이저 대회였던 윔블던까지 통산 80만 호주달러(약 7억4500만 원)가 넘는 벌금을 냈지만 “내가 벌금을 많이 낼수록 남자프로테니스(ATP) 자선 사업에 예산이 늘어난다”면서 기행을 멈추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미 벌금으로 7500달러(약 1000만 원)를 받은 상태다.
대신 코트 위에서는 이날을 비롯해 랭킹 1위 선수를 세 차례 물리칠 만큼 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생애 처음으로 US 오픈 8강에 진출한 키리오스는 “뉴욕 팬들에게 내 테니스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는 데 (태어난 뒤) 27년이나 걸렸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반면 지난해 US 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섰던 메드베데프는 이날 패배로 지난해 이 대회 우승으로 받은 랭킹 포인트 2000점 가운데 1820점을 잃어 버렸다. 그러면서 12일 새 랭킹 발표 때는 1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편 올해 프랑스 오픈 준우승자 코코 고프(18·미국·12위)도 이날 여자 단식 16강에서 장솨이(33·중국·36위)에게 2-0(7-5, 7-5) 완승을 거두고 역시 생애 처음으로 US 오픈 8강에 올랐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