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6)가 세계 최고의 클럽축구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김민재의 소속 팀 나폴리(이탈리아)를 지휘하는 루차노 스팔레티 감독은 경기 후 “김민재는 마치 괴물 같았다.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김민재는 8일 리버풀(잉글랜드)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1차전 안방경기에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며 팀의 4-1 승리를 도왔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이자 UEFA 클럽랭킹 2위인 리버풀 공격진을 탄탄하고 안정적인 수비로 막아내며 ‘별들의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날 김민재의 경기력은 당대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버질 판데이크(31·리버풀)를 능가했다. 김민재는 걷어내기, 블록 슛, 가로채기, 볼 경합 등 수비수의 경기력을 평가하는 지표 거의 모든 부문에서 판데이크를 앞섰다. 판데이크는 2019년 UEFA ‘올해의 선수’로 뽑혔는데 수비수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인 판데이크는 193cm의 큰 키에도 민첩성이 뛰어나고 발도 빨라 상대 공격수들이 애를 먹는다. 특히 점프력이 엄청나 골문 앞 공중 볼 수비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판데이크와 닮았다고 해서 김민재는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 ‘민데이크’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스포츠 통계 전문 사이트 ‘소파스코어’는 김민재에게 평점 7.4점을 줬는데 동료 아미르 라흐마니(28)와 함께 양 팀 수비수 중 최고 점수였다. 판데이크는 6.6점을 받았다. 김민재가 판데이크와의 센터백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것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손흥민(30·토트넘)과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던 리버풀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30)는 이날 선발로 나서 후반 17분까지 뛰는 동안 슈팅을 한 번밖에 날리지 못했는데 이마저도 김민재가 몸으로 막아냈다. 후반 17분에 교체 투입된 리버풀의 신예 다르윈 누녜스(23)도 나폴리 수비에 막혀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누녜스는 11월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한 우루과이 국가대표다. 나폴리는 리버풀에 4-1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이날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챔피언스리그 D조 1차전 안방경기에 선발로 나서 후반 40분까지 뛰었지만 골은 넣지 못했다. 이번 시즌 EPL 경기를 포함해 7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6.6점을 줬는데 토트넘 공격 라인 중 가장 낮았다. 토트넘은 2-0으로 이겼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서로 다른 3개 클럽 유니폼을 입고 각각 해트트릭을 달성한 첫 선수가 됐다. 빅토리아 플젠(체코)과의 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며 5-1 대승을 이끌었다. 도르트문트(독일)에서 한 차례,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4차례 해트트릭을 한 레반도프스키는 이날 챔피언스리그 개인 통산 6번째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