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두 신고 면접 붙었어요”…‘합격기운’ 사고파는 취준생들

　서울 동작구에서 1년 반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정모 씨(29)는 요즘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면접용 구두를 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취업 성공에 한몫’한 구두를 찾고 있다. 올 하반기(7∼12월) 본격적인 공채 시즌을 맞이해서다. 정 씨는 “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도 있지 않냐”며 “비싼 새 구두도 좋겠지만 이왕이면 ‘합격 구두’를 저렴하게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삼성·SK·LG·현대자동차·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을 시작했다. 물가가 치솟는 와중에 공채 시즌을 맞이한 취업준비생들은 책이나 면접용 의류 등을 중고로 사고팔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데다 취업·면접용 물품은 앞으로 평소 자주 쓰지 않는 만큼 제값을 주고 사기에 더 아깝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은 중고 거래에서 물건과 함께 ‘합격 기운’을 눈여겨보기도 한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취업이나 합격을 ‘인증’하면서 면접용 정장이나 구두 등을 파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대기업에 합격한 최모 씨(32)는 “대기업 합격 기운 팍팍 담아 내놓는다”며 면접 때 착용한 원피스 등을 중고장터에 올렸다. 결과는 ‘완판’이었다. 그는 “그저 기분이지만 합격 기운을 받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어서 써 놨다. 나도 취준생이던 시절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취업에 절박한 청년들은 특정 대학의 커뮤니티 계정을 사고팔기도 한다. 상위권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면접 후기나 취업 스터디 참여 등 ‘고급’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대학 커뮤니티들은 계정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중고 거래 플랫폼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 3만∼5만 원에 거래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에게 중고 거래는 고물가 시대를 사는 요령 중 하나”라며 “특히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면접 의상처럼 평상시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의 중고 거래가 더욱 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