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달러’(달러화 초강세)에 아시아 금융시장이 또다시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430원 선을 돌파했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저점으로 추락했다. 금리 인상에 민감한 코스닥지수는 5% 넘게 폭락하며 2년 3개월여 만에 700 선이 붕괴됐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한 1431.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40.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22일 1400원대로 올라선 뒤 불과 2거래일 만에 1430원 선을 넘었다.
이날 원화 가치가 급락한 건 22일(현지 시간) 3번 연속 자이언스스텝을 밟은 미국의 여진이 있는 가운데 영국 파운드화까지 폭락하면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인 탓이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23일 소득세와 인지세 인하 등을 담은 약 70조 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영국 중앙은행(BOE)이 10%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을 꺾기 위해 최근 2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선 마당에 정부는 감세를 통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통화·재정정책 엇박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시장은 영국 정부의 감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유럽발 악재에 아시아 주요 증시도 폭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02%(69.06포인트) 하락한 2,220.9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5.07%(36.99포인트) 떨어진 692.3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700 선 밑으로 내려온 건 2020년 6월 15일(693.15) 이후 처음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66%)와 대만 자취안지수(―2.41%) 등도 2% 넘게 고꾸라졌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 박상준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