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자주 소비하는 가공식품 10개 중 7개의 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외식을 비롯한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4% 넘게 뛰며 2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였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은행이 12일 또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서비스 물가 상승률 3개월째 4%대
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중 22개(68.8%)의 가격이 전달보다 올랐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항목은 고추장으로 11.7% 올랐다. 고추장의 경우 주요 제조사들의 출고가가 오른 데다 유통업체 할인 행사가 종료된 영향이 컸다. 이어 콜라(9.6%), 참치 캔(5.9%), 마요네즈(5.1%), 라면(4.8%) 수프(4.6%), 어묵·즉석밥(3.1%) 순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외식을 포함한 서비스 물가도 크게 올랐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이는 2001년 10월(4.3%)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올 7월 14년 만에 처음으로 4%대로 올라선 뒤 3개월째 4%대를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 물가 조사 대상 품목 148개 중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83%(123개)에 달한다. 국내 단체여행비가 24.7%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국제항공료(18.0%), 여객선료(15.6%), 대리운전 이용료(13.1%), 국내 항공료(11.5%) 등이 10% 넘게 올랐다. 외식 품목 중에선 햄버거(13.5%), 갈비탕(12.9%), 김밥(12.9%), 자장면(12.2%), 해장국(12.1%) 등의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서비스 가격은 한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아 전체 물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만 정부는 이달 중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늦어도 10월에 물가 정점이 올 것이라는 ‘10월 정점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한은, 사상 두 번째 빅스텝 밟을 듯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한은이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국회 등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말 최종 금리를 우리(한은)는 4%로 예상했지만 지금 4.4% 이상으로 올라갔고 내년 최종 금리 전망치도 4.6%로 높아졌다”며 “(국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환율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 압력도 더 커진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은도 미국처럼 0.75%포인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적합한 수준에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심리를 꺾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년 후 물가 수준에 대한 소비자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4.2%로 두 달째 내림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세종=박희창기자 ramblas@donga.com ·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