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영원한 ‘마음의 운동장’이 되겠습니다.”
9일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 이촌축구장에서 진행된 ‘차범근 축구교실 굿바이 페스티벌’ 현장을 직접 찾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69)은 축구교실 제자들과 학부모들 앞에 서서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축구교실 이사장인 차 전 감독이 “더 이상 이곳에서 축구교실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죄송하다”고 말하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힘내세요”, “또 만나요”라고 외쳤다. 축구교실 관계자들은 차 전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감사를 전했다.
1988년 국내 최초의 유소년 축구 전문공간으로 문을 연 차범근 축구교실은 이날 행사를 끝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축구교실을 연 지 34년 만이자 1997년부터 이촌축구장 한 곳에 자리 잡아 운영한 지 25년 만이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그동안 3년마다 공개입찰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 이곳에서 축구교실을 운영했다. 그동안엔 입찰 경쟁자가 없었는데 올해 새 입찰자가 나왔고 차범근 축구교실은 사용권을 얻지 못했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수강료 환불 절차를 밟아 왔다. 공식 수업은 8일까지 진행했다. 9일 굿바이 페스티벌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비가 내리면서 날씨가 쌀쌀했지만 축구교실 어린이 전체 1300여 명 중 800여 명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비를 맞으면서 축구장 곳곳을 돌아보던 차 전 감독은 “내가 (축구교실 운영을) 그만하겠다고 해서 없어질 축구교실이 아닌 것 같다. 내 손을 떠나 뿌리를 내린 듯하다”며 “그동안 다른 장소를 알아봤는데 아이들이 다시 훈련하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축구교실 5년째인 손이안 군(9)은 “(차범근 축구교실이) 다른 곳에서 다시 문을 열면 계속 다니고 싶다”고 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