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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감각을 대하는 자세

Posted December. 26, 2022 09:03,   

Updated December. 26, 20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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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적인 것은 본질적으로 포르노그래피의 성질을 지닌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보이는 것의 날인’ 중

 문화 비평가이자 이론가, 무엇보다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인 프레드릭 제임슨의 이 문장은 그의 영화 비평서인 ‘보이는 것의 날인’의 맨 첫 페이지에 자리한다. 충격적인 동시에 매혹적인 문장이다. 이 문장 속에서 시각적인 것의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은 불필요해진다. 어차피 그들 모두가 포르노그래피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쎈’ 문장으로 서두를 연 까닭은 단지 우리를 놀라게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가 속한 세상이 우리로 하여금 장악하고, 파악하고, 소유할 수 있는 적나라한 ‘육체’로서 시각적인 대상을 욕망하도록 만든다는 것.

 더욱 골치 아픈 사실은 이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낸 인공적인 구성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만든 세상이 우리를 시각적인 것들의 과포화 상태에 밀어 넣고, 그것을 제외한 다른 모든 감각들을 빈곤하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우리를 포함한 세상 전부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이런 악순환을 끊을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각적인 것을 다루는 유일한 길은 이러한 현상이 역사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그는 뒷짐 지고 현상을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비평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는 바깥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시각적인 것들과 우리 자신의 역사를 일치시킴으로써 양자 간의 ‘안전거리’를 없앨 것을 제안한다. 도처에 차고 넘치는 값싼 포르노그래피들에 의해 정신을 잃거나 그들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우리가 사는 현실의 일부로서 그들을 ‘역사화’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복잡하고, 어렵고, 그렇기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