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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미루다 골병 든 英, 골든타임 놓치면 韓도 마찬가지

개혁 미루다 골병 든 英, 골든타임 놓치면 韓도 마찬가지

Posted January. 14, 2023 08:30,   

Updated January. 14, 20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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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Brexit) 3년차를 맞은 영국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주요 7개국(G7) 경제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영국의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선진국 중 최악의 침체를 맞고 있다. 유럽연합(EU) 탈퇴가 부를 경제충격을 얕본 정치 지도자들의 포퓰리즘, 수렁에 빠져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조개혁 지연이 겹친 결과다. 현지에선 “영국 경제에 지독하게 얽혀 있는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는 한탄이 터져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 성장률 전망치와 별반 차이가 없다. 내년에도 간신히 역성장만 면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미 영국 중앙은행은 ‘100년 만의 장기침체’를 예고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유럽 본토와의 교역 축소로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폭등한 전기요금, 소비자의 실질소득 감소로 자영업자 폐업은 1년 만에 50% 늘었다. 유럽 1위 자리를 고수해온 런던 증시의 시가총액은 프랑스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영국의 추락은 변덕스런 여론에 영합한 정치권, 정부의 정책 실패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보수당은 집권을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약속했다가 2016년 예상과 달리 덜컥 탈퇴가 결정되자 뒷감당을 못하고 있다. 2021년 브렉시트 실제 이행 전에 재정·세제 등 제도정비, 제조업을 되살릴 성장동력 확충, 공급망 재편 등 개혁이 필요했는데도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 브렉시트 결정 후 다섯 명의 총리들은 중구난방 해법으로 정책혼선을 심화시켰다.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도 영국이 겪는 문제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양극 세계화’와 보호무역 강화로 한국을 선진국 문턱까지 이끈 수출주도 경제모델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글로벌 경제전장에 나서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법안 통과에도 뜻을 모으지 못한 채 따로 놓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나랏빚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 역시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국처럼 치료제를 찾기 힘든 중병에 걸리기 전에 경제를 살릴 해법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