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방한하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이종섭 국방장관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기로 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양국 국방 수장이 동시에 JSA를 찾는 건 2017년 10월 이후 5년여 만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코앞인 JSA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1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31일 한국에 도착해 이튿날 이 장관과 함께 JSA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이번 공동 방문의 의미를 두고 소식통은 “무인기 도발을 비롯해 미사일 릴레이 발사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을 향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한미가 공동으로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국방장관이 함께 JSA를 찾은 2017년 10월 당시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체를 잇달아 쏘는 등 긴장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던 때다.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JSA를 찾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김정은의 도발에 맞서 굳건한 한미동맹과 철통같은 대한(對韓)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됐고 4월 남북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면서 양국 국방 수장의 JSA 방문은 더 이뤄지지 않았다.
5년여 만에 이뤄지는 양국 국방장관의 JSA 방문은 올해부터 한미 군사동맹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밀착할 것임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로도 풀이된다. 당장 한미 군 당국은 다음 달 미국에서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에 맞춰 전략폭격기 등 미군의 핵우산(확장억제) 수단을 어떤 방식으로 한국에 제공할지 국방부 간 토의하는 도상 연습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한다. 이 연습에 앞서 미 국방장관이 직접 한국을 찾는 건 북한의 핵 도발 시 한국에 확장억제 전력을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방위 공약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방한하는 오스틴 장관은 JSA 방문을 기점으로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시스템 구축 시기를 앞당기는 등 한미일 공조가 강화돼야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빈틈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다.
손효주 hjson@donga.com ·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