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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는’ 22개 소책자… “순서없이 읽어주세요”

‘떠다니는’ 22개 소책자… “순서없이 읽어주세요”

Posted April. 14, 2023 08:35,   

Updated April. 14, 20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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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에 22개 소책자가 담겨 있다. 꺼내서 읽어보려 했더니 제본되지 않은 소책자들이 손 위에서 ‘떠다닌다’(Float). 쪽수도 없어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알 수 없다. 겨우 표지를 찾았더니 이렇게 쓰여 있다. “정해진 순서도 없고 주제도 제각각인 스물두 권의 소책자 모음. 읽기는 자유낙하가 될 수 있다.”

13일 출간된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의 에세이 ‘플로트’(봄날의책)는 실험적인 책이다. 카슨은 2001년 여성 최초로 T S 엘리엇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도 언급되는 그가 독특한 시도를 한 건 독자들이 책을 능동적으로 읽기 원하기 때문이다. 수필, 비평, 희곡, 축사 등 다양한 글 중에 어떤 것을 먼저 읽을지 독자가 고르라는 것이다. 책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시도다.

지난해 8월 출간된 카슨의 에세이 ‘녹스’(봄날의책)는 책의 모든 면을 하나로 이어 붙여 아코디언처럼 펼쳐지게 했다. ‘녹스’는 정가가 5만5000원이나 됐지만 3000부가 팔려 출판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박지홍 봄날의책 대표는 “‘플로트’의 정가가 3만8500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카슨 책을 찾는 마니아들을 겨냥해 초판으로 2000부를 인쇄했다”며 “독자들이 스스로 글을 분류하고 선택해 읽으며 책의 의미를 확장해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