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어려운 책인데….”
“이 책 제작 가능할까요?”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지난달 28일 문을 연 ‘단한권 인쇄소’에 쏟아진 독자 요청이다. ‘단한권 인쇄소’는 절판된 책을 서점이 제작해 독자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다. 출판사에 재고가 없는 책에 대해 저자와 출판사의 승인을 받은 후 제작한다. 도서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절판 도서를 소장할 수 있어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5000건의 요청이 들어왔다. 조선아 알라딘 도서2팀장은 “중고로 사고 싶어도 책이 없거나 웃돈을 많이 줘야 해 난감해하던 독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종이책을 찾는 이가 점차 줄면서 대형 서점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교보문고가 198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일 희망퇴직을 시행할 만큼 악화된 출판계 상황이 이 같은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서점들이 중점을 두는 건 차별화된 콘텐츠다.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17일 인기 작가의 신작을 타 서점보다 먼저 판매하는 ‘예스24 오리지널’을 시작했다. 2020년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김훈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파람북), 김영하 장편소설 ‘작별인사’(복복서가)를 선공개해 종이책 독자를 끌어들이려 했던 전략과 비슷하다. 다만 예스24 오리지널은 천선란 연작소설집 ‘이끼숲’, 김초엽 연작소설집 ‘파견자들’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독자가 많은 젊은 작가의 신작을 공략했다. 박수호 예스24 도서2본부장은 “젊은 독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선공개에 민감하고, 책 구매 서점을 옮기는 걸 별로 망설이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고 했다.
교보문고는 누구나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창작의 날씨’를 지난해 5월 열고, 콘텐츠를 직접 발굴하고 있다.
영풍문고는 10∼19일 구매한 책값이 7500원 이상만 돼도 무료 배송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최근 물류비와 인건비가 오른 탓에 주요 서점이 무료배송 기준을 1만5000원으로 인상한 상황을 역이용한 것이다. 영풍문고는 이벤트가 끝난 뒤에도 책값이 1만 원이 넘으면 무료로 배송하고 있다.
출판계에선 불황을 타개할 베스트셀러가 연달아 나오지 않는다면 서점들의 노력은 단기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2021년 오프라인 서점 매출 3위였던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부도 처리되면서 시작된 서점가 불안감이 최근 교보문고의 희망퇴직으로 더 거세졌다”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웹툰 등 다른 콘텐츠에 뺏긴 독자를 되찾지 않는다면 근본적 해법은 되지 못할 것 ”이라고 했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