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립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55·사진)가 최근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을 수상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2일 “김 교수가 원자 한 개 두께로 구성된 신물질 ‘그래핀’을 선구적으로 발견한 공로로 올해 물리학 부문 메달을 받았다”며 “한국 국적의 연구자로는 최초”라고 밝혔다.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은 미 필라델피아 프랭클린연구소가 1824년부터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공학 분야의 상으로 토머스 에디슨, 마리 퀴리,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등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연구자들이 과거 수상자로 선정됐다.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 수상자는 노벨상에 근접한 성과를 낸 연구자로도 평가받는다.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 수상자 중 122명이 뒤이어 노벨상도 받았다. 과기한림원 관계자는 “김 교수는 2005년 네이처에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처음으로 규명한 논문을 게재해 전 세계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현재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 꼽힌다”고 말했다.
올해 199회째를 맞은 시상식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렸으며 김 교수를 포함해 화학, 컴퓨터 및 인지과학, 지구 및 환경과학, 전기공학, 생명과학, 기계공학 등의 분야에서 9명의 연구자가 상을 받았다. 벤저민 프랭클린연구소는 수상자에게 1만 달러(약 1318만 원)의 상금과 금메달을 수여했다.
과기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교수는 1992년 서울대 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1999년 하버드대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교수가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 수상이 확정된 뒤에도 주변 연구자나 학계에 내용을 알리지 않길 원했던 탓에 국내 과학계에도 소식이 한발 늦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민구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