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作蘭花二十年(부작란화이십년·꽃을 그리지 않은 지 20년) 偶然寫出性中天(우연사출성중천·우연히 하늘의 본성을 그려내었네) … 此是摩不二禪(차시유마불이선·바로 이것이 유마의 불이선이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말년에 그린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의 화제(題·그림 위에 쓰는 시문)다. 조선 문인화의 정수로 꼽히는 불이선란도(사진)가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작품”이라며 27일 이 그림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 작품은 1850년대 경기 과천 과지초당(瓜地草堂)에 살던 추사가 달준이라는 이에게 주려고 그린 작품이다. 화제에서 따와 ‘불이선란도’ 또는 ‘부작란도’라고 불린다. 옅은 담묵으로 난초를 그린 뒤 걸작임을 직감한 추사가 스스로 만족하며 즐거워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개성 출신 사업가로 문화재 수집가였던 손세기 씨(1903∼1983)의 장남 손창근 씨가 대를 이어 소장하다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날 문화재청은 부산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와 경기 ‘파주 보광사 동종’, 부천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 등 문화재 3건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