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반란을 일으킨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새 수장으로 바그너그룹 임원이자 전 러시아군 대령 안드레이 트로셰프(61·사진)를 직접 지명했다. 트로셰프는 체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활약했으며 특히 시리아 내전 당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 반군 격퇴에 앞장섰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에게 화학 무기 등을 사용했으며 이 여파로 트로셰프 또한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반란 주동자인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포함한 바그너그룹 지휘관 35명을 소집한 자리에서 트로셰프를 새 수장으로 거론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백발에 가까운 트로셰프를 가리키는 호출부호 ‘세도이’(회색 머리카락)를 언급하며 “이 지휘관 밑에서 전투를 지속하라”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정규군에 편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부분의 지휘관이 찬성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맨 앞자리에 있던 프리고진은 동료들의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고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반란 종료 후 프리고진의 행방을 두고 각종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벨라루스군은 15일 프리고진이 과거보다 수척한 모습으로 속옷만 입은 채 자국군 야전 침대에 걸터앉은 사진을 공개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6일 “프리고진이 고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프리고진 등 바그너그룹 일부 용병이 벨라루스 영내로 들어와 벨라루스군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당국이 지난달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그가 설립한 댓글 부대 ‘트롤’의 활동을 금지했는데도 트롤이 계속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약 300명으로 이뤄진 트롤은 소셜미디어에 러시아의 침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앞장서는 바그너그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했다. FT는 “프리고진이 설립한 ‘가짜 미디어 제국’이 푸틴과 러시아에 더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