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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메일에 대처하는 스포츠 기자의 자세

독자 메일에 대처하는 스포츠 기자의 자세

Posted August. 03, 2023 08:19,   

Updated August. 03, 202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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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2의 박태환’인데 인터뷰 기사 써주실 수 있나요?”

2014년 어느 날이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자기주장을 증빙하는 각종 기록도 붙어 있었다. ‘한번 만나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기록이 자세했다. 다만 당시 수영 담당이 아니었던 데다 수영 담당 기자가 “자칭 ‘제2의 박태환’이 지금 한둘이 아니다”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기사를 쓰지는 못했다.

이 메일 주인공 이호준(23·대구시청)은 지난달 25일 열린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6위를 차지했다. ‘제2의 박태환’이라는 타이틀은 황선우(20·강원도청)에게 넘어간 지 오래고, 이번 대회 때도 동메달을 목에 건 황선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라도 “그런 메일을 보낼 정도로 당찬 친구라면 잘될 줄 알았다”고 공개 답장을 보낸다.

원래 중학생이 보내는 메일은 스포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요즘 같은 방학 때 이런 메일이 많았다. 아마 ‘나중에 커서 하고 싶은 직업에 대해 알아보라’는 방학 숙제 때문이었을 거다. 그러나 ‘기레기’라는 표현이 유행한 뒤로는 이런 메일을 받은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거꾸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스포츠 섹션 댓글을 없앤 뒤로 기사 내용에 불만을 표시하는 메일은 늘었다. 얼마 전에도 ‘프로야구 LG는 득점에 손해가 될 정도로 도루를 너무 많이 한다’고 기사를 썼다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메일을 받았다. 비판을 위해 비판한 게 맞다. 아니, 그럼 세상에 ‘칭찬을 위한 비판’도 있단 말인가.

사실 요즘에는 ‘비판을 위한 칭찬’은 있다. 예전에는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목부터 욕설로 보냈다. 이제는 메일 제목은 ‘기사 최고네요’ 같은 칭찬인데 열어 보면 ‘설렜냐? 이 기레기 ×× 어쩌고저쩌고’로 가득 찬 경우가 늘었다. 인정한다. 욕설 수위 때문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프로배구 쌍둥이 선수 이재영·다영(27) 학교폭력 사태 때 받은 메일은 ‘이런 제목 낚시는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성이 뛰어났다.

문제는 독자들 생각도 전부 다르다 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고민할 때가 적지 않다는 거다. 예를 들어 한 독자가 ‘경기는 보고 기사를 쓰는 거냐’고 꾸짖을 때 다른 독자는 ‘맨날 스포츠 경기나 보면서 사는 팔자 좋은 인간’이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스포츠 기자 현실은 주말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보면서 ‘내팔내꼰’(내 팔자 내가 꼰 것)이라고 되뇌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독자 메일은 언제든 환영’이라는 거다. ‘무플보다 악플’이라고 하지 않나. 또 신문 칼럼이라고 꼭 ‘제발 좀 잘하자’로 끝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문단 끝에 메일 주소가 있다. 세상에 전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일단 보내보시라. 특히 ‘제2의 ○○○’을 자처하는 스포츠 유망주 여러분의 인터뷰 요청은 늘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