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한때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아이들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책임지고 키우기로 결심하고 돌아보니 도움받을 곳이 적지 않더라고요.”
최근 경남 창원시에서 만난 미혼모 한지혜(가명·29) 씨는 중증 자폐성 장애와 지적 장애를 가진 네 살 쌍둥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그는 “지금 어딘가에 아이를 포기하려는 미혼모가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는 생각에서 인터뷰에 나서게 됐다”며 동아일보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음대에서 악기를 전공하며 연주자를 꿈꿨던 한 씨는 대학교 3학년이던 2018년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 처음 임신 사실을 털어놓자 당시 남자친구는 책임질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한 씨를 떠났다.
한 씨는 임신중절 수술을 받으려 혼자 병원을 찾았다가 거절당했다. 혼자선 키울 수 없다는 생각에 불법 입양 브로커도 만났다. 하지만 “집에서 혼자 출산해야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2019년 2월 두 아들을 낳고 퇴원한 날 한 씨는 서울 관악구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로 향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들을 놓고 돌아서다 ‘차마 못 할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씨는 이후 전화 상담을 받고 두 아들을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키우기로 했다.
홀로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한 씨는 “두 아들의 장애가 어떤 건지 정확히 알고 나니 나밖에 키울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결심이 굳어졌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느라 직장에 다닐 수 없었던 한 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위기 가정에 무상 지원하는 옥탑방에서 거주하며 각종 복지 혜택을 알아봤다. 지금은 매달 한부모수당과 장애수당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받는 100여만 원과 민간단체 등에서 받는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 장난감은 시설에서 쓰고 남은 것을 기부받았다.
한 씨는 “가족들과 절연한 처지지만 용기를 내서 손만 내밀면 어디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단 걸 조금씩 알게 됐다”며 “아이들을 잘 키우면서 언젠가 도움을 준 사회에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최원영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