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3만6000명 학업 중단… 유학생 수만 늘리고 관리는 않나

정부가 4년 후인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규모를 30만 명으로 늘리기 위해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기업이 전담팀을 구성해 지역 경제 실정에 맞춰 유학생 유치부터 진로 설계까지 아우르는 전략을 수립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신산업 분야의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005년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시행된 이후 국내 대학과 대학원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16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 세계 유학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밖에 안 된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6.6%)의 절반 남짓한 수준이다.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학업을 중단하고 불법 체류자가 된 유학생 수가 3만6000명이 넘는다. 특히 학위 과정 재학생의 중도 이탈은 2018년에 비해 6배나 증가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이 심각한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유학생 유치에만 열을 올릴 뿐 관리는 부실해 외국인들의 유학생활 만족도가 높지 않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정책도 한국어 능력과 재정 능력 심사 기준을 낮추는 등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지금도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학업 중단 원인부터 파악하고 유학생들의 학업 지원과 생활 적응을 돕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의 경우 대학들이 공동으로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들이 해외로 고급 인재를 찾아다니면서 정작 국내 유학생을 활용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석박사급 해외 인재들 중 한국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원하는 비율은 56%로 국내 취업 수요가 적지 않다. 지역별로 산업 수요에 따라 외국인 학생들의 학업과 취업이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비자 정책을 재설계하고, 기업의 외국인 유학생 인턴 제도도 활성화하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대학에서 배운 내용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다면 한국 유학을 오려는 유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