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를 말할 때 많은 이들이 ‘대프리카’ 대구를 떠올린다. 하지만 기상청 연구 결과, 지난 48년간 대도시인 대구보다 인근 중소도시인 경북 구미의 폭염일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3∼2020년 48년간 10년마다 대구의 폭염일은 2.2일씩 늘었지만 구미는 2.7일씩 증가했다.
특히 연구대상기간을 절반으로 나누어 전반기(1973∼1996년)과 후반기(1997∼2020년)으로 나누어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구의 폭염일은 전반기 24년간 23.6일에서 후반기 24년간 26.6일로 증가한 반면, 전반기 폭염일수가 14.2일이었던 구미는 후반기 폭염일수가 20.1일로 42%나 증가했다.
●중소도시, 대도시보다 폭염일수 증가세 가팔라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은 1973∼2020년 대도시(인구 100만 명 이상) 8곳, 중소도시(인구 30만 명 이상) 8곳, 비(非)도시(인구 10만 명 내외) 14곳 등 총 30곳의 관측자료를 토대로 도시화 효과가 기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보다 충북 청주나 경북 구미 등 중소도시의 평균기온이 더 오르고, 폭염일수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의 분석 결과 국내 16개 도시에서 10년 단위 폭염일은 1.4일씩 늘어나고, 연평균기온은 0.37도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48년간 중소도시의 폭염일이 비도시는 물론 대도시보다도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도시는 폭염일이 10년마다 1.8일씩 늘어나 대도시(1.6일)에 비해 그 증가 추세가 가팔랐다.
거리가 가까운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두고 비교할 때도 중소도시에서의 폭염일 증가 추세가 뚜렷했다. 대구가 10년마다 2.2일씩 폭염일수가 증가할 때 인접한 경북 구미는 2.7일씩 증가했다. 충북 청주는 1.7일로 대전(1.1일)보다, 경북 포항은 1.1일로 울산(0.5일)보다 폭염일수가 더 빠르게 증가했다.
폭염일뿐 아니라 평균기온 상승폭 역시 중소도시에서 더 높았다. 10년당 평균기온 상승 폭 역시 중소도시가 0.38도로 대도시(0.36도)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언뜻 ‘대도시일수록 도심 효과로 뜨겁다’는 널리 알려진 상식과 다른 결과다.
기상청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도시화가 진행될 수록 기온상승이 커지는데, 대도시는 1990년대 이후 도시화가 정체된 반면 중소도시는 최근까지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구밀도 높아지는 ‘도시화 효과’ 때문
연구에 따르면 국내 도시들의 기온 상승에는 ‘도시화 효과’가 약 24∼49% 가량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도시화는 특정 지역에 산업화, 공업화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인구 밀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기온이 오르는 데 도시화의가 미치는 효과는 중소도시가 29∼50%로 대도시(22∼47%)에 비교해 큰 것으로 추정됐다.
기상청은 “전체 인구를 100으로 볼 때, 대도시에 사는 인구의 비율은 1990년대 약 52%로 최고점을 찍은 뒤 이후 현재까지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다. 반면 중소도시에 사는 인구 비율은 꾸준히 늘어 최근 31%로 최고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서도 도시와 비도시 사이 기온 편차의 증가추세는 총 48년 중 전반 24년(1973-1996년)은 대도시에서 크고, 후반기 24년(1997-2020년)에는 중소도시에서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폭염의 전파가 이뤄진 셈이다.
한편 경기 양평, 충북 제천, 경남 통영 등 인구 10만 안팎의 비도시 14곳은 연평균기온이 지난 48년간 10년마다 0.23도 상승했고 폭염일은 10년마다 1.1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도시보다 연평균기온 상승 폭과 폭염일 증가세가 모두 약하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