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폭우가 내리는 줄로만 알았는데 자정이 되자 폭발음이 들리며 댐이 터졌습니다.”
11일(현지 시간) 0시경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에 폭풍 ‘대니얼’이 상륙하면서 발생한 대홍수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라자 사시 씨(39)는 12일 로이터통신에 당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밤중에 댐이 무너질 당시 딸과 함께 집에 있었던 사시 씨는 순식간에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물을 피해 가까스로 탈출했다. 그는 나머지 가족들의 생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리비아 국영 매체 LANA는 내무부 발표를 인용해 12일 기준 사망자가 5300명에 달하며 실종자는 1만 명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사시 씨가 살고 있는 인구 12만5000명의 지중해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대부분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쓰나미 같은 홍수가 도시를 통째로 바다로 휩쓸고 갔다”고 보도했다.
데르나 주민 사피아 무스타파 씨(41)는 “현관 쪽은 이미 물에 차 있어 이웃집 지붕으로 건너가 가까스로 집이 무너지기 전 탈출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홍수로 어머니를 잃은 살리아 아부바크르 씨(46)는 “물이 3층짜리 아파트 천장까지 밀려 들어왔다. 수영을 할 줄은 알지만 가족을 구할 순 없었다”고 했다.
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 · 이지윤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