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李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 ‘방탄’ 벗고 희생하는 계기 돼야

李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 ‘방탄’ 벗고 희생하는 계기 돼야

Posted September. 22, 2023 08:50,   

Updated September. 22, 2023 08:50

日本語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찬성 149표, 반대 136표로 의결 정족수인 출석 과반(148석)을 1표 차이로 넘겼다.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도 찬성 175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속에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한 결과다. 총리 해임건의안 통과도 사상 처음이다.

어제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가 스스로 한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다수 의석을 무기로 자신의 안위를 보존하려다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는 석 달 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랬던 이 대표가 전날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줘선 안 된다”며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사즉생(死卽生)의 길을 걷겠다며 20일 넘게 단식을 이어온 이 대표는 결국 자신의 구명에 급급하면서 생즉사(生卽死)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이제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넘겨졌지만, 당장 민주당은 거센 내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공천 주도권 등을 놓고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 내홍을 넘어 분당까지 치닫는 분열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가결을 계기로 민주당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간 이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잇달아 부결시킨 민주당이다. 비록 1표 차 가결이지만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로 ‘방탄 정당’의 오명은 씻을 수 있게 됐다. 이제부터라도 민주당은 과감한 쇄신을 통해 진정 국민의 마음을 얻는 수권정당의 길을 걸어야 한다.

헌정사 초유의 기록을 두 가지나 남긴 어제 국회 표결 결과는 우리 정치가 얼마나 삭막한 대결과 갈등의 현장이 됐는지 보여줬다. 이번 결과가 정부여당의 대야 강경 자세와 검찰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보긴 이르다. 향후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선 검찰은 물론 여권 전체가 과잉 수사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어제 통과된 총리해임안을 두고도 여권은 이 대표를 구하기 위해 물타기용 공세 차원이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국회의 해임 건의를 윤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적어도 그간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자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