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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 234년 역사 첫 의장 해임… 강경파에 휘둘린 민주주의

美 하원 234년 역사 첫 의장 해임… 강경파에 휘둘린 민주주의

Posted October. 05, 2023 09:04,   

Updated October. 05, 20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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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3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 소속)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매카시 의장은 재임 269일 만에 물러났고, 법안심사·처리 등 의회 기능이 정지됐다. 대통령·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은 미 의회 234년 역사상 처음이다. 표결에는 해임안을 제출한 공화당 강경파 맷 게이츠 의원 등 강경파 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가세했다.

이번 하원의장 해임은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란에 따른 야당 내분 사태에서 비롯됐지만 그 근저에는 비타협적 정치 양극화가 있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하자 그에 반발해 해임을 주도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일부가 매카시 의장을 도울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추진한 매카시 의장과 대립해온 민주당에서 당론 이탈 의원은 없었다. 여야의 가파른 대결 속에 야당 강경파가 여당 측과 손잡고 의장을 몰아내는 초유의 사태를 빚은 것이다.

의장 공석 사태는 장기화할 수 있다. 당장 새 의장을 선출해야 하지만 공화당 내분 수습부터 쉽지 않다. 매카시 의장도 올해 1월 자당 강경파가 잇따라 반대표를 던지면서 15번째 투표에서야 선출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의원 1명만 발의해도 의장 해임 표결이 가능한 규정도 만들어졌다. 어떤 타협도 거부하는 소수 강경파가 의회를 마비시킬 수 있는 정치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태 장기화는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예산안과 관련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밀리면 일단 늦춰놓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 여야 예산안 대치의 핵심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었고, 공화당 강경파는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리더 국가로서 동맹과 우방에 대한 신뢰마저 잃을 수 있는 처지다.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던 초당적 협력은 이제 옛말이 됐다. 대화와 타협은커녕 절제와 관용도 찾아보기 힘들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임 행정부 시절 최고조에 달했던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런 미국의 정치 실종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도 위기의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