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32)의 길은 늘 외로웠다. 2010년 열아홉 나이에 100m를 10초34에 뛰면서 31년 묵은 서말구(1956∼2015)의 한국 기록을 깬 김국영은 2017년 10초07까지 혼자서만 한국 기록을 네 차례 경신했다.
그러나 김국영이 국제 대회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딴 순간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김국영은 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이정태(27), 이재성(22), 고승환(26)과 함께 한국 타이기록(38초74)을 세우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남자 400m 계주에서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건 1986년 서울 대회 동메달 이후 37년 만이다.
김국영은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그동안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200m에서 4위를 기록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김국영은 5월 국가대표 선발전 때 종아리 부상을 당해 이번 대회 때는 400m 계주에만 참가했다.
8월부터 계주 팀에 합류한 김국영은 아시안게임 출전이 처음이었던 후배들에게 “무조건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그동안 계주에서 앵커(4번 주자)나 3번 주자를 맡아 온 김국영은 이번에도 앵커 역할을 요청받았다. 그러나 “초반부터 (순위가) 밀리면 안 된다. 내가 경험이 많으니 2번을 맡겠다”고 말했다. 결국 2번 주자로 나선 김국영은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중국에 밀리지 않는 페이스로 3번 주자 이재성에게 배턴을 넘겼다.
한국 계주 대표팀이 2014년 한중일 육상 대항전에서 이번과 똑같이 38초74를 기록했을 때 3번 주자가 바로 김국영이었다. 김국영은 “코너를 도는 노하우와 배턴을 받는 타이밍을 (이)재성이에게 모두 알려줬다. 올해 계속 3번으로 뛴 재성이는 ‘이제 눈 감고도 코너를 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라고 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생활을 마무리할 예정인 김국영은 “후련하게 은퇴할 수 있게 됐다. 이 메달을 시작으로 한국이 아시안게임 때마다 꾸준히 단거리 종목 메달을 딸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16년간 국가대표로 많은 지원을 받았다. 2026년 아시안게임 때는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任寶美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