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올해 말까지 2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연장되면 L당 200원 수준의 가격 하락 효과가 두 달 더 이어지게 된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한 달여 만에 10% 이상 치솟으며 물가 불안 요소로 작용한 데 따른 조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에 대해 “국제 유가 강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추가 2개월 연장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8월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한 바 있다. 현재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는 25%, 경유는 37%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이 각각 L당 205원, 212원 더 적게 매겨지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선 유류세 인하 조치가 두 달 더 연장되면 연장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 세수가 약 1조 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60조 원에 가까운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데도 조치 연장을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이 발표됐던 8월 중순 80달러대 중반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말 90달러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5일 오후 4시 현재 전국 주유소 휘발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796.21원으로, 8월 중순보다 65원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 판매 가격은 약 106원 올랐다.
추 부총리는 최근 또다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선 “상당히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할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 5년간 가계부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르게,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며 “가계부채를 방만하게 운영하고 이를 통해 경기 부양을 하고 소비 내수 진작을 하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올초부터 유지해 온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침체, 하반기 회복)’ 경제 전망은 이어갔다. 그는 “올해 성장률 1.4%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생산, 수출, 소비를 종합한 성장의 정도가 훨씬 뚜렷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금리 지속 가능성, 주요국 경기 둔화, 최근의 국제 유가 상승 흐름 등이 여전히 불확실한 요인으로 있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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