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적인 포탄 지원을 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군사 지원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한국이 벌써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수혜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그 이유가 한국 방산 제품의 급격한 수출 증가이다. 이 선봉에 선 파트너가 폴란드이다. 폴란드는 한국과 손잡고, 현지에 생산시설을 세우고, 유럽의 한국 방산기지가 되고자 한다. 나아가 여러 산업 전반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 중에서 폴란드가 한국에 호의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폴란드는 영토도 작지 않고, 군대와 국민의 무풍도 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유럽의 중간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수모와 비극은 다 겪었다.
나폴레옹 전쟁 때 러시아 침공의 선봉대가 폴란드군이었다. 5만의 폴란드군이 선두에서 싸우다가 산화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국민들이 자유폴란드군, 러시아군 소속, 독일군 소속으로 나뉘었다. 그들은 최전선에서 정말 열심히 싸웠다. 대서양 항공전, 노르망디 전투, 마켓가든 작전, 몬테카시노 전투 등 가장 중요한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지만, 냉전이 시작되자 모두에게 배신당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그래서 폴란드인들은 강한 나라의 의미를 안다. 나토 회원국들이 정규군을 축소하고, 종이 군대로 전락할 때도 폴란드는 16만의 상비군, 20만의 예비군을 유지했다. 나토 소속이면서도 폴란드가 한국을 파트너로 환영하며, 독일, 영국, 미국의 무기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속셈도 과거 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본질적인 배경이 있다. 아직 꺼지지 않은 국가정신이다. 국가정신이란 단어가 권위주의를 연상시키는 어감이 있지만, 마땅한 단어가 없다. 폴란드도 근래에 징병제를 폐지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강군을 유지하며, 강한 군대의 필요성을 국민이 잊지 않고 있다. 역사를 보면 이렇게 하지 못하는 나라도 많다. 고난을 겪었다고 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더 비굴해지고 몰락하는 나라도 많다. 국방은 국민의 강한 의지와 역사에 대한 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두 나라가 방산과 산업만이 아니라 건전한 국민적 투지도 공유하며, 시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