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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흉기난동 상당수, 치료중단 조현병 환자 범행

최근 흉기난동 상당수, 치료중단 조현병 환자 범행

Posted October. 10, 2023 08:13,   

Updated October. 10, 202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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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용〉 비자발적으로 입원한 정신질환자 10명 중 7명은 가족에 의해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급증하면서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행정, 응급입원 시스템 개선뿐만 아니라 사법입원제 도입까지 약속했지만 정작 현실에선 이들의 입원과 치료 책임을 가족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중증 정신질환자 가족들은 “보호의무자 제도가 개정되지 않은 채 사법입원제만 도입돼선 정신질환자의 흉악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경찰 신고해도 ‘보호의무자’ 있으면 이송 거부

9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8월 말까지 최근 5년간 비자발적으로 입원한 정신질환자는 20만7708건에 달했다. 이 중 경찰에 의한 응급 입원은 4만1687건(20.1%),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행정 입원은 2만24건(9.6%)으로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가족인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14만5997건(70.3%)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치료를 국가와 지자체 대신 가족들이 떠안고 있는 현실에선 치료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응급 상황에서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환자의 보호의무자가 존재하면 차후 소송과 민원을 우려해 응급 입원 절차를 꺼리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경남 진주시의 한 임대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부상을 입힌 안인득(46)도 보호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응급 입원 대상에서 배재됐다. 당시 노모가 요양병원에 있었지만 형식상 보호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국가가 관리하지 않은 것이다.

30년 동안 조현병 환자인 형을 돌보고 있는 김영희 씨(49)도 6년 전 형이 극도로 흥분한 증세를 보이자 경찰에 신고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보호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형의 이송을 거부했다고 한다. 김 씨의 형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흉기를 휘둘러 이미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었다. 김 씨는 “보호의무자 제도가 존재하는 한 경찰과 소방도 추후 민원이나 소송 걱정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고 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해야”

가족이 환자를 병원에 데려간다고 해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규정 탓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행법상 보호의무자 요건이 충족되지 않거나 서류가 구비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입원을 거부당하는 것이다.

A 씨는 올해 3월 조현병을 가진 가족을 병원에 데려갔지만 의사로부터 “보호의무자가 아니라서 입원시킬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A 씨의 부모는 연락이 두절된 지 오래됐지만 병원 측은 “규정상 친족 1명 동의만으로는 입원시킬 수 없다”고 했다. 현행법상 부모가 아닌 형제자매가 환자의 보호의무자로 인정받으려면 동거 사실과 경제적 부양 사실 등을 증명해야 한다.

최근 5년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신청했지만 부적합 사유를 받은 사례는 2194건에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증빙서류 미비가 517건(23.6%)으로 가장 많았고, 후견인 증빙서류 부적격으로 인한 거부도 48건이나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가 잇따라 벌어지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정신질환자 누구나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최근 발표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핵가족 또는 1인 가구 중심 사회로 변화된 상황에서 중증 정신질환의 무거운 부담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입원을 포함한 어려운 결정을 가족에게만 부여하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 치료를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선 보호의무자 입원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올 2월 발의됐지만 4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채 제자리걸음만 이어가고 있다. 개정안은 보호입원 및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와 절차조력인 제도 신설, 동료 지원 서비스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미송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