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경계를 탱크, 장갑차 등으로 에워싸며 지상군 진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지상군이 투입되면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순전한 악(Sheer Evil)’이라고 규정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11일 이스라엘로 급파해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우리 군에 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 전면적 공격을 가하겠다”며 지상군 투입을 시사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 탱크는 가자지구와 인접한 ‘232번 도로’를 지났고 군 헬리콥터가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철책 인근에 막사를 설치했다.
이스라엘 당국이 9일 밤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 향후 72시간 동안 음식, 물 등을 충분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또한 지상전 임박을 알려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세계 곳곳에 있는 예비군 병력 36만 명에 대한 소집령도 내렸다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모든 확전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향후 전개될 잠재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에도 시리아, 레바논 등 인접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또한 하마스 지원에 나서는 등 이번 전쟁이 중동 주변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 공격의 배후 의혹이 제기된 이란의 외교장관은 11일 쿠웨이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 정권의 가자지구 봉쇄와 전쟁 범죄에 심각한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이란 타스님 통신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과 힘을 합쳐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동 배치 명령을 받은 미 항공모함 ‘제럴드포드’는 10일 목적지인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했다.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인질 구출 전문가 및 특수부대도 파견하기로 했다.
11일 CNN 등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양측 합계 사망자는 최소 365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 각각 1200명, 950명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이 발견한 하마스군 시신 또한 1500명이 넘는다.
카이로=김기윤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