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에 쏠린 사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우크라이나에 올 들어 최대 규모의 공습을 퍼부었고 주요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1일 “지난 24시간 적군(러시아)이 10개 지역의 마을 118곳을 포격했다. 올 들어 가장 큰 피해”라고 밝혔다. 최소 4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고도 공개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중부 공업도시 크레멘추크의 정유공장에서도 러시아 군의 공격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겨울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해 추위를 무기로 삼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아우디이우카의 우크라이나군 책임자 또한 지난달 중순부터 러시아군의 공세가 강화됐다며 “하루 40∼50건의 포격이 도시를 강타하고 우리 진지를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서방 주요국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부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 등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올 9월 아프리카 외교관을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의 장난전화에 속아 전쟁 피로감을 토로한 약 15분짜리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통화에서 멜로니 총리는 “많은 사람(서방 주요국 정상)이 피곤해하는 것을 본다. 우리 모두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 후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총리가 속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김보라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