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도박, 마약, 게임, 권력, 거짓말. 이들의 공통점은 한번 맛을 들이면 끊기가 힘들다는 거다.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추락과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생전에 술에 중독됐었다.
1887년 2월에 그린 ‘압생트가 놓인 카페 테이블’(사진)은 파리의 한 카페를 묘사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 물병과 압생트가 든 술잔이 놓여 있고, 창밖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고흐는 가는 붓으로 유화물감을 아주 얇게 칠했다. 그림이 수채화처럼 보이는 이유다. 파리는 크고 화려했지만, 무명의 이방인 화가에겐 차갑고 냉정한 도시였다. 가난하고 외롭고 고독했던 그에게 술 한 잔은 위로이고 쾌락이었다. 압생트는 알코올 도수가 60∼70%에 달하는 값싸고 중독성 강한 독주다. 창조의 영감을 주는 술이라는 인식이 퍼져서 당시 보헤미안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고흐는 압생트 마니아였다. 물에 섞어 폭음했다. 술은 그의 정신질환과 건강 악화를 가속한 주범이기도 했다.
고흐 역시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알코올 의존증에 대해 고백했다. 자신을 위로하고 즐겁게 하는 유일한 것이 “독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많이 피워 정신을 잃게 하는 것”이라고. “내면의 폭풍이 너무 거세게 울부짖으면 술을 많이 마셔 스스로를 기절시킨다”고도 썼다.
2020년에 발표된 한 의학 연구에 따르면, 고흐가 이듬해 자신의 귀를 자른 건 알코올 의존증과 금단 현상 때문이란다. 아를에서 갑자기 술을 끊었고, 알코올 금단 증세로 온 섬망 때문에 귀를 자해했다는 주장이다.
정말 고흐는 그 때문에 귀를 잘랐을까? 이번 연구는 하나의 가능성이지 정답이 될 수는 없을 터. 확실한 건 위대한 화가 고흐도 영감과 위안을 손쉽게 얻기 위해 술을 택했고,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해 결국 비극적인 생의 마감을 초래했다는 사실이다. 중독은 그래서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