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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난동 말리고 떠난 ‘잠실역 스파이더맨

노숙인 난동 말리고 떠난 ‘잠실역 스파이더맨

Posted November. 13, 2023 08:35,   

Updated November. 13, 20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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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하세요.”

11일 오후 9시 10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영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나타난 한 시민이 행패를 부리는 노숙자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당시 잠실역을 순찰하던 역무원들이 역사 안에서 잠자고 있던 노숙자를 깨워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자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에 따르면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남성은 역무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노숙자의 손을 잡으며 말리고 있었다. 남성이 노숙자의 양쪽 손목을 잡은 채 놓지 않자 노숙자는 “이거 놓으라”고 소리쳤지만 남성은 춤추듯이 함께 손잡고 뛰면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주변에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모습이 고스란히 촬영된 11초 분량의 영상과 사진은 X(옛 트위터)에 ‘스파이더맨 목격담’으로 올라와 12일 오후 기준 조회수 440만 회를 넘어섰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경찰이 출동해 노숙자를 강제 퇴거하는 것까지 지켜본 뒤 남성이 자리를 뜬 것으로 안다”며 “스파이더맨의 신원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12일 오전 1시 반경 “사진 속 본인”이라며 “할아버지가 지하철 관계자와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옆에 다른 여성이 신고했고, 경찰이 오기까지 10여 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말렸다”고 게시글에 답글을 달았다. 그는 “내가 장난삼아 ‘가봐야겠죠?’라고 했더니 가보라고 해서 머리 속이 하얘진 채로 간 것”이라고도 했다. 남성은 ‘스파이더맨 슈트 제작 및 코스어(코스퓸 플레이어)’라고 프로필에 자신을 소개했다.


손준영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