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단짝 겸 사업 파트너이자 ‘투자 천재’로도 불린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사진)이 28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9세. 버핏은 성명을 내고 “버크셔해서웨이는 찰리의 영감, 지혜, 참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클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평생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절친’의 죽음을 애도했다.
멍거 부회장은 ‘투자 귀재’ 버핏에 가려졌지만 뛰어난 유머 감각과 투자 능력, 촌철살인의 논평 등으로 미 월가의 ‘큰 어른’으로 통했다. 버크셔의 투자기법으로 유명한 ‘가치 있는 기업을 합리적 가격에 산다’는 가치투자 철학 또한 원래 멍거 부회장의 아이디어였다고 버핏이 줄곧 밝혔다. 올해 포브스가 추산한 멍거의 재산은 약 26억 달러(약 3조3670억 원)에 이른다.
멍거 부회장은 1924년 미 중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났다. 버핏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료품점에서 일한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난 시기는 훨씬 뒤인 1959년이었다. 당시 멍거는 변호사였지만 “청구서를 보내는 역할보다 흥미로운 의뢰인 가운데 한 명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버핏과 멍거는 오마하 지역 모임에서 만나자마자 단짝임을 알아봤다. 매일 통화하며 투자를 논했고 결국 멍거는 전업 투자자로 나섰다. 그는 경제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로저 로언스타인의 저서 ‘버핏’에서 “워런처럼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정이 대단했다. 페라리를 갖겠다는 것이 아니라 독립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1965년부터 2014년까지 수익률이 연평균 21.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연평균 상승률 9.9%의 두 배가 넘는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