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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투표’ 변질된 법원장 추천제부터 개혁… 재판지연 해결 집중

‘인기투표’ 변질된 법원장 추천제부터 개혁… 재판지연 해결 집중

Posted December. 12, 2023 08:39,   

Updated December. 12, 20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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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조희대 대법원장이 첫 번째 사법행정 개혁 대상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택한 건 사법부 내 인사 불신과 불필요한 혼란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사법부 안팎에서 거론되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로 인사 개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 ‘선거판’ 변질 막기 위한 정상화 조치

그동안 법원장이나 법원장 후보로 유력한 수석부장판사 등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소속 법원 동료와 후배 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한 쓴소리를 하지 못한다는 게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가장 큰 폐단으로 지적돼왔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선 “법관 인사가 선거판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투표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선 법원별로 추천위를 가동해 투표하지 않고 전국 단위로 법원장 자격이 충분한 후보자를 추천받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소속 법원장을 뽑아놓고 인사이동으로 해당 법원을 나가는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재판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법원장을 재판에 투입하는 안도 마련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취임하면 장기 미제 사건을 집중 관리하겠다”면서 ”법원장에게 최우선적으로 장기 미제 사건의 재판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법원장들에게 장기 미제 사건을 맡겨 직접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드는 등 신속한 재판을 위한 제도적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이에 대한 법원 내부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법원장이 직접 장기미제 재판을 맡아 관리하면 소속 법관 근무 평정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며 ”이 경우 미제 사건이 많은 재판부에는 미제를 줄이려는 상당한 동기가 부여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지키지 못해 국민 고통”

조 대법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도 ‘재판 지연’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 조 대법원장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지금 법원에 절실하게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볼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엉켜 있는 재판지연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대법원장은 형사사법체계의 일대 변화 가능성도 열었다. 조만간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 논의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는 피의자에게 영장을 발부하되 거주지 제한 등의 조건을 달아 석방하고, 조건을 어길 경우에만 신병을 구속하는 것이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은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심문한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두 제도 모두 검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사안이라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및 법원행정처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법관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15일에는 전국 법원장 회의을 주재할 예정이다. 재판 지연 문제, 법원 안전 강화 등이 공식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이후 법원장 후보 추천, 법원행정처 판사 충원 등 주요 현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